• 박필순 전 고려대학교 외래교수 [칼럼]
    • 구례 미래 향한 선택, 지방소멸 위기와 구례군의 재생 전략
    •             사진// 박필순 교수(전라남도 광양시, 1960년 출생) 
                                     고려대학교 외래교수 남도대학 겸임교수 
                                     순천대학교 대학원 행정학 박사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경상대학교 법학 학사 
                                     제5대 광양시의회 의원 
                                     제7대 전라남도의회 의원 
                                     전라남도의회 운영위원장 


       전국 농촌 지역은 지금 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구조적 위기 앞에 놓여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통계에 따르면 지방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되는 지자체가 매년 늘고 있으며, 그 상당수는 농업과 관광을 기반으로 한 중소 군 단위 지역이다. 구례군 역시 예외가 아니다. 1970년대 약 6만 명에 달하던 구례군 주민등록 인구는 2025년 현재 약 2만3천 명으로 줄었고,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40%를 넘어 전국 평균을 크게 상회한다. 청년층의 지속적 유출, 낮은 출산율, 농업 의존도가 높은 산업 구조는 지역 경제와 교육·의료·복지 등 생활 인프라를 위축시키며 지방소멸의 현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구례군은 단순한 농촌 지역이 아니다. 지리산과 섬진강, 깨끗한 물과 공기, 풍부한 산림과 농토, 전통문화와 공동체 정신은 구례가 가진 전략적 자산이자 지속 가능한 발전의 기반이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과 주민 참여가 결합하여야 하며, 이를 통해 구례군은 새로운 성장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
       필자는 2020년 환경부 수해 조사위원으로 활동하며 구례군 박인환 위원장, 김창승, 윤병술 씨 등과 함께 ‘자연 재난에 대한 국가 책임’을 규정한 소급입법을 제정하고, 수해 주민들의 피해 보상을 위한 근거를 마련한 경험이 있다. 당시 구례군은 재난의 위기를 도시 기반 시설을 재정비하는 기회로 삼아, 피해 주민들의 일상을 빠르게 회복시킨 바 있다. 위기 속에서도 기회는 존재하며, 이를 제도와 주민의 힘으로 연결할 때 미래로 나아갈 길이 열린다. 

      구례군은 인구 구조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2024년 1분기 생활인구는 등록 인구의 18.4배에 해당하는 약 44만9천 명으로 집계됐으며, 연간 관광객 수도 약 646만 명에 달했다. 이는 단순한 통계 수치를 넘어 지역 경제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 ‘살고 싶은 날만큼 살 수 있는 구례’ 
      구례군은 산수유 축제, 지리산 피아골 단풍축제 등 전국적 관광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화엄사 매화는 전국 사진작가와 관광객을 끌어모은다. 그러나 현재 관광 산업은 대부분 단기 체류에 머무르는 한계를 드러낸다. 체류형·경험형 관광은 문화·환경·기술이 결합한 융복합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리산 둘레길과 섬진강을 기반으로 명상, 숲 치유, 한방 프로그램 등 건강·치유 관광을 결합하고, 초·중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생태 교육·환경 체험 행사를 체계화한다면, 학생과 가족 단위로 공교육과 대안 교육이 융합된 복합 교육 단지로 ‘구례에서 살아보고 싶은 날만큼’ 머물 수 있는 곳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빈집과 장·단기 민박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VR·AR, 메타버스 플랫폼과 연계하면 젊은 세대와 외국인 관광객, 장기 체류 희망자 모두에게 매력적인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관광은 단순한 방문을 넘어 지역 정체성과 산업을 연결하는 동력이 되어야 한다. 
      ‘보고 가는 관광’에서 ‘머물고 배우는 관광’, ‘살고 싶은 구례’에서 ‘살아보는 구례’로 전환하는 그것이 핵심이다. 

       ◇환경을 생산하는 구례 구례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환경을 생산하는 지역’이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자연 자체가 산업 자원이다. 지리산 산림은 탄소를 흡수하고, 섬진강은 맑은 물을 제공하며, 청정한 공기 역시 경제적 자산이다. 산림의 탄소흡수량과 수질 정화 능력을 과학적으로 측정해 탄소 배출권과 연계하면 환경 보전과 재정 자립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또한, 지리산 청정수를 활용한 프리미엄 생수, 기능성 음료, 전통주, 화장품 원료 산업 유치는 구례군을 친환경 산업의 중심지로 도약시킬 기회다. 아울러 친환경 농산물 인증 확대를 통해 농산물의 가격 경쟁력과 상표 가치를 높이고, 국내외 소비자에게 ‘구례=청정 농산물’ 이미지를 확립한다면, 단순한 경제 논리를 넘어 구례군을 지속 가능한 발전의 선도 모델로 자리매김하게 할 것이다. 

       ◇농업 혁신과 6차 산업 구례군은 여전히 농업 의존도가 높은 지역이다. 
      그러나 1차 생산 중심의 농업을 기술·가공·관광과 결합한 6차 산업으로 전환할 때 비로소 농업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드론, 센서, AI를 활용한 첨단농장 기술은 생산성을 높이고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산수유, 송이버섯 등 기능성 농산물을 건강식품·화장품 산업과 연계하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농촌 체험과 관광을 연계하면 농가민박, 전통음식 체험, 전통 먹을거리 직거래, 온라인 유통망 구축까지 가능하다. 이러한 전략은 농민 소득 안정화와 청년 귀농 활성화에 이바지하며, 지역 경제의 순환 구조를 강화한다. 

      ◇지역과 사람은 꽃 같은 향기가 있어야 한다. 
      지역 경제와 산업 전략이 아무리 뛰어나도 사람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따라서 정주 여건 개선과 인구 전략은 필수적이다. 청년 창업 지원과 재택근무 공간 제공을 통해 도시와 농촌의 생활 균형을 찾는 세대를 유치하고, 거점 병원의 역할 확대와 맞춤형 돌봄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 저렴한 공공임대주택과 공동체형 주거단지 조성, 빈집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해 귀촌·귀향·체류 희망자가 쉽게 정착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살고 싶은 날만큼 살 수 있는 구례’를 만들어야 꽃을 찾아오는 나비처럼 유동성이 높아지고 활력이 넘치는 구례가 될 것이다. 

      ◇구례군은 주민이 답이다. 구례군 발전의 지속 가능성은 결국 주민에게 달려 있다. 
      외부 자본과 인프라가 아무리 투입되더라도 이를 운용할 주체가 없다면 성장 동력은 사라진다. 지역 맞춤형 인재 육성, 주민 참여형 거버넌스 활성화, 마을 기업·사회적 협동조합 중심의 운영 등 주민 중심 전략이 필수적이다. 환경·농업·문화관광·스마트 기술과 연계한 장학금 지원, 창업 기회 제공, 연구 인프라 마련은 구례군을 강한 지역으로 만드는 핵심 요소다. 주민이 주체가 되어야 구례군의 미래가 지속할 수 있다. 구례군은 농촌 지역의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발전 모델을 만들 기회를 맞고 있다. 농촌 지역이 어떻게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지, 구례군이 그 답을 보여주어야 한다.

    Copyrights ⓒ 구례일보 & www.guryeilbo.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확대 l 축소 l 기사목록 l 프린트 l 스크랩하기
Untitled Document
  기사제보  |   광고문의  |  불편신고  |  개인정보 취급방침/이용약관  |  청소년보호정책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상호 : 주식회사 구례일보 / 신문등록번호 : 전남 아 00390 / 신문등록년월일, 신문발행년월일 : 2020-11-16

발행인: 신명철 / 편집인 : 신명철대표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명철 대표

발행소 전화번호:061-781-2256/ 팩스번호:061-782-2256/ 발행소 주소:구례군 구례읍 백련길 46-10

주소 : 전남 구례군 구례읍 백련길 46-10 l 전화번호 : 061-781-2256 l 팩스번호 : 061-782-2256

이메일 : smc9193@hanmail.net l Copyright ⓒ 2020 구례일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