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신명철 구례일보 대표
구례군의회 사무감사 현장에서 나온 의원들의 발언이 행정점검이 아닌 정치적 퍼포먼스에 가까웠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군민들은 “행정 견제는 필요하지만,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구례군의회 행정사무감사 현장에서 규정 해석을 둘러싼 의원들의 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정말 대단하신 ○○○ 의원”, “군수는 1명, 의원은 7명” “국회의원의 공약 사항이다” “예산으로 답하겠다” 등 특정 발언들이 회자되며, 군민들은 이를 두고 “행정 점검인지? 갑질인지? 정치 쇼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행정사무감사는 행정을 견제하는 의원들의 본연의 임무다. 그러나 이번 군의회 사무감사 자리에서 눈에 띈 건 정작 행정의 성과나 문제점보다는 ‘규정 해석 놀음’이었다. 규정의 단어 하나하나를 따져 묻고, 담당 공무원들에게 정색하며 몰아붙이는 장면은 감시가 아니라 일종의 청문회 쇼에 가까워 보였다.
한 의원은 “정말 대단하신 ○○○ 의원”이라고 동료 의원을 비아냥대는 듯한 발언을 했고, 기획실장에게 “이제 9개월 남았습니다, 선택하십시오”라며 방송 진행자 같은 멘트를 던졌다. 행정 점검이라기보다 시청률을 의식한 버라이어티 쇼 같은 장면이었다. 더 나아가 “군수는 1명, 의원은 7명입니다”라는 발언은 행정보다도 위에 있다는 권력이 되어버린 의회의 모습을 본것 같다는 군민들에 아쉬움만 더 했다.
구례군의회 ○○○의원은 “국회의원의 공약사항입니다”를 수차례 강조하는 모습이 구례군의원이 아닌 국회의원의 비서인 줄 알았다. 또한, 해당 공무원과 논쟁 중 “의원들을 무시 하였다. 예산으로 답하겠다?”의 협박적인 발언은 본분을 벗어난 갑질이라는 군민들의 지적이다.
이는 행정과 의회를 협력 관계가 아닌 대립 관계로 규정하는 듯한 뉘앙스로, 군민들 입장에서는 “군정을 견제하라 했지 싸우고 갑질하라 한 건 아니다”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현장에 있던 공무원들은 당황했고, 군민들은 “이게 진짜 행정 점검인지, 의원들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자리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특히 “공직에 몇 년 근무했는가? 지자체에서 근무한적 있는가?”와 같은 질문은 평생을 공직에 몸바쳐 온 공직자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행정의 잘잘못을 따지는 건설적 비판이 아니라 ‘무례한 갑질’에 가깝다는 평가다.
군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한 군민은 “국회의원 빙의한 줄 알았다”고 꼬집었고, 또 다른 군민은 “표로 심판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반면 소수 의견에서는 “공무원도 군민을 위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의원들의 지적 자체는 필요하다는 옹호도 나왔다. 그러나 분위기만 놓고 보면, 군민들은 ‘감시’보다 ‘공격’으로 느꼈고, 그 결과 의원들에 대한 신뢰는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행정사무감사는 행정을 견제하는 자리이자 군민을 대신해 묻는 중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최소한의 품위와 예의가 무너지면, 견제는 곧 ‘갑질’로 비친다. 군민들이 바라는 건 싸움이 아니라 행정의 책임을 바로잡는 진짜 감사다. 결국 의원들의 언행은 스스로의 품격을 갉아먹는 선택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