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개성가고(開城家稿)
고향의 드넓은 들판에 오곡이 점점 영글어가는 결실의 계절 가을의 문턱입니다. 우리 고장 구례가 낳은 대학자인 천사 왕석보(川社 王錫輔1816~1868) 선생의 시문집(詩文集)이요 자랑스런 향토 문헌인 ‘개성가고’번역, 출판 기념 학술대회가 10월 23~24일, 이고장 구례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립니다. 여러모로 뜻깊은 행사라서 무척 설레는 마음이고 크게 환영할만한 일이기에 오래전 고향을 멀리 두고온 사람으로서 실로 감격스런 일이라 아니할수 없습니다. 예로부터 우리 고향 구례는 예향(禮鄕)이요 예향(藝鄕)으로써 이름나 있지요. 볼수록 웅장하고 어머니 품속 같이 포근한 지리산과 그곁을 오늘도 쉬지않고 유유히 흐르는 천혜의 강 섬진강이 우리곁에 있으니
이보다 더큰복이 없겠지요. 그동안 구례에 터를 잡고 살다가신 훌륭한 선각자들이 하고 많지만 그중에서도 호남의 대학자로서 크게 이름을 떨친 천사 왕석보(川社 王錫輔1816 ~1868) 선생의 발자취는 누구나 함부로 넘볼수 없는 뛰어난 분이신데도 제자인 매천 황현(梅泉 黃玹1855~1910)선생은 잘 알지만 스승인 천사 선생은 지금껏 잘 알려지지 않고 오래 잊고 지내고 있었던것이 사실입니다. 몇년전 고향으로 귀향한 박소동 선배께서 귀향하자마자 호양학교(壺陽學校)에 계속 머물며 제일 먼저 나서서 추진한 일이 왕석보 선생의 발자취를 찾는데 열정을 쏟고 있는바 드디어 그 결실을 맺게되어 지난 6월말 ‘개성가고’를 번역 출간하였고, 이어서 이를 기리는 의미에서 전국학술대회를 개최를 발표하자 마자 뜨거운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는바 이에 발맞춰 전국 각지의 이름있는 학자들과 많은분들이 학술대회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선뜻 나서서 응원하는 등 여기에 힘입어 이 뜻깊은 행사가 많은분들의 축복속에 성황리에 열릴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특히, 고향을 구례에 두고온 출향인들은 가슴 뿌뜻 하게 생각함과 동시에 앞장서서 이 행사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솔선하여 동참하는 의지를 보여줘야 하는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할것입니다. 구례에서 낳고 자란 이름난 인물이나 학자들중 지금까지 그분들의 행적과 함께 괄목할만한 시문이나 유고집등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할 작품들이 하고 많지만 그 훌륭한 인물들의 활동상이나 그분들이 남기고간 빼어난 작품등에 대한 전국학술대회를 개최한 경우가 거의 없었던것로 알고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이번 ‘개성가고’를 번역 출간하는 학술대회는 더욱 뜻깊은 행사로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하겠습니다.
정유재란시에 침략자 일본군에 당당히 맞서 석주산성을 쌓고 끝까지 싸우다 목숨을 초개같이 버린 칠의사의 살신성인의 숭고한 정신은 우리가 이어 받아야 할 유산인바 칠의사(七義士)인 왕득인(王得仁) 왕의성(王義成)부자와 이정익(李廷翼)·한호성(韓好誠)·양응록(梁應祿)·고정철(高貞喆)·오종(吳琮) 의사등이 주축이된 의병 연합군과 왜군들과의 피비릿내 나는 처절한 싸움의 역사를 우린 결코 잊어서는 안될것입니다. 왕득인 의사의 후손이며 매천 황현(梅泉 黃玹)선생의 스승인 호남학파의 거두(巨頭)인 천사 왕석보 선생은 조선후기 유학자(儒學者)요 시인(詩人)이며 경학(經學)연구와 시문(詩文)에 능한 호남제일의 대학자로서 어떤 벼슬도 마다하고 고향에 은거(隱居)하며 후학을 양성하는데 힘을 쏟은 고결(高潔)한 분이신데 천사의 세 아들인 봉주 왕사각 (鳳洲 王師覺1836~1895), 소금 왕사천(素琴 王師川1842~1909), 소천 왕사찬(小川 王師瓚1846~1912) 선생 역시 학자와 시인으로서 대대로 이름을 날렸던 문인 집안에서 태어났기에 문기(文氣)와 재기(才氣)가 넘쳤고 봉주의 두 아들인 옥천 왕경환(玉川 王京煥1873~1943), 운초 왕수환(雲樵 王粹煥 1865~1925)선생과 옥천의 아들인 광주학생 독립운동의 주역인 호산 왕재일(壺山 王在一1904~1961)선생등이 크게 이름을 떨치셨지요. 이렇케 왕득인 의사의 후손인 왕석보, 왕사각, 왕수환, 왕재일 4대로 이어진 독립운동가와 학자 집안 내력은 그 뿌리가 깊으며 대대로 강직(剛直)하고 청렴결백(淸廉潔白)한 선대의 피를 이어 받아 불의를 보고는 참지 못하고 비록 끼니를 굶을지언정 남에게 함부로 손을 내밀지 않은 곧은 성품(性品)으로 일관했기에 그시절 독립운동가들 대부분이 그러하듯 찌든 가난을 이고 살았어도 누구에게나 어떤 내색없이 초지일관(初志一貫) 바른 삶과 애국심에 불타는 지사(志士)적 풍모(風貌)를 지닌분 이셨음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번 ‘개성가고’ 번역 출간을 기념하는 전국학술대회의 개최와 그 성공 여부는 구례인들의 관심과 성원에 달려 있다고 하겠습니다. ‘개성가고’는 어느 개인의 시문집(詩文集) 이기에 앞서 여러모로 특별한 의미를 담고있는 문헌(文獻)입니다. 1910년 간악한 일본제국의 강제적 한일병탄으로 말미암아 우리 국민들이 나라를 잃고 비탄에 빠져있던 암울한 시기에 독립운동가들이 멀리 상해로 건너가 조국 독립을 위하여 온몸으로 싸울때 천사 선생의 손자인 운초 선생이 당시 그곳에 망명해 있던 창강 김택영(滄江 金澤永1850~1927)선생의 힘을 얻어 햇빛을 보게된 우여곡절이 있는 참으로 귀한 책 이기도 해서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개성왕씨 집안의 대들보인 왕석보 선생과 그 세아들의 글을 모은 시문집인 ‘개성가고’의 번역 출간은 어느모로 보나 대단히 기쁘고 크게 환영할만한 일이며 이를 기념하기 위한 전국 학술대회 개최는 시의 적절할 뿐만 아니라 구례에 뿌리를 둔 사람들은 이와 같이 뜻깊은 일에 적극 호응하고 동참하여 환영의 박수를 보낸다면 더욱 좋을거라 생각됩니다. 아무쪼록 이번 학술대회는 여느 행사와 결이 다른 대단히 중요한 큰 행사인 만큼 관심있는 이웃들에게도 꼭 알려 축하와 함께 성공적인 학술대회가 되도록 힘을 모아야 되겠습다. 특히, 요즘처럼 국내외 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오직 나라를 위한다는 일념으로 살다가신 우리 선열들의 애국애족의 깊은 뜻을 다시 새겨보는 더없는 좋은 기회임과 동시에 오래전 떠나온 정든 고향을 모처럼 다시 찾는다는 뜻에서 많은 회원님들의 자발적 동참을 기다립니다 감사 합니다.
2025년 9월 28일
가을이 오는 길목 盤浦에서 梁 奉圭 拙筆